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
이 글을 쓰는 시점, 저는 김포공항 근처의 스타벅스에 앉아 있습니다. 집에서 한 시간쯤 떨어진 곳입니다. 여행을 가는 것도, 볼 일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취업 준비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는데, 좁은 방에 오래 머물다 보면 그 불안이 발효 중인 반죽처럼 계속 부풀어 오릅니다. 그래서 헨젤과 그레텔마냥 불안 조각들을 이곳저곳에 흘리고 다닙니다.
누군가 제게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아니오'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역량입니다. 한국의 프로덕트 디자인 시장이 요구하는 기준에, 저는 번번이 부족한 사람이 됩니다. 최근 희망하던 회사로부터 이런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일부 답변에서 질문의 핵심에 집중하기보다 설명이 확장되거나, 선택의 근거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다음 전형으로의 진행은 어렵게 되었습니다."
1-2년 전 경험을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한 건 제 몫이지만, 그 당시 얼마나 몰입했는지 스스로 알기에 조금은 속이 상했습니다. 인턴 포지션인만큼 논리적 완결성보다 ‘유연한 사고, 가능성 탐색’에 집중해주셨으면 했는데, 잠재력만으로 뽑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그 판단을 이해하면서도,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AI 역시 문제입니다. 과도기라 확언할 수는 없지만, 가치를 만들 수 없는 디자이너는 설 자리를 잃을 것입니다. AI는 작업 속도를 높여주지만, 근거 없는 생성은 Slop을 만들 뿐입니다. 결국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방향이 옳은지 판단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구글 Stitch, Claude Design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지금, 제가 걸어온 7년을 어떻게 재정의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지난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그때는 지원 동기를 살짝 비틀어 답했는데, 돌이켜보니 기준 자체가 없었습니다. 대기업은 '대기업이니까', 스타트업은 '비전과 인재밀도 때문에' 지원했습니다. '비슷한 조건의 다른 곳이 있다면 떠나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망설임 없이 '네'라고 했을 겁니다.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프로젝트든, 관계든, 조직이든. 선택의 근본이 되는 게 필요했습니다. 26년의 저는 그것을 '사람들을 지키는 일인가?'로 정의했습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지만, 당분간은 이것을 사명으로 삼고 모든 선택의 판단 기준으로 두려 합니다.
April 25, 2026
April 25, 2026
무엇을 위해 일할 것인가?
이 글을 쓰는 시점, 저는 김포공항 근처의 스타벅스에 앉아 있습니다. 집에서 한 시간쯤 떨어진 곳입니다. 여행을 가는 것도, 볼 일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취업 준비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는데, 좁은 방에 오래 머물다 보면 그 불안이 발효 중인 반죽처럼 계속 부풀어 오릅니다. 그래서 헨젤과 그레텔마냥 불안 조각들을 이곳저곳에 흘리고 다닙니다.
누군가 제게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아니오'입니다.
한국의 프로덕트 디자인 시장이 요구하는 기준에, 저는 번번이 부족한 사람이 됩니다. 최근 희망하던 회사로부터 이런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일부 답변에서 질문의 핵심에 집중하기보다 설명이 확장되거나, 선택의 근거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다음 전형으로의 진행은 어렵게 되었습니다." 1-2년 전 경험을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한 건 제 몫이지만, 그 당시 얼마나 몰입했는지 스스로 알기에 조금은 속이 상했습니다. 인턴 포지션인만큼 논리적 완결성보다 ‘유연한 사고, 가능성 탐색’에 집중해주셨으면 했는데, 잠재력만으로 뽑기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AI 역시 문제입니다. 과도기라 확언할 수는 없지만, 가치를 만들 수 없는 디자이너는 설 자리를 잃을 것입니다. AI는 작업 속도를 높여주지만, 근거 없는 생성은 Slop을 만들 뿐입니다. 결국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방향이 옳은지 판단하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구글 Stitch, Claude Design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지금, 제가 걸어온 7년을 어떻게 재정의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지난 인터뷰에서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가요?' 그때는 지원 동기를 살짝 비틀어 답했는데, 돌이켜보니 기준 자체가 없었습니다. 대기업은 '대기업이니까', 스타트업은 '비전과 인재밀도 때문에' 지원했습니다. '비슷한 조건의 다른 곳이 있다면 떠나겠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망설임 없이 '네'라고 했을 겁니다.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프로젝트든, 관계든, 조직이든. 선택의 근본이 되는 게 필요했습니다. 26년의 저는 그것을 '사람들을 지키는 일인가?'로 정의했습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지만, 당분간은 이것을 사명으로 삼고 모든 선택의 판단 기준으로 두려 합니다.